(1월 초에 다녀온 기억을 바탕으로 쓰는)
첫 수업 후 숙제
첫 정규 수업 후 가죽 구매 숙제를 받았다.
가죽은 어떻게 팔고 어디서 어떻게 사면되는지 알게 된다는 생각에 신났었다!
뭔가 혼자 멋지다 생각 했던 것 같다.
'나 가죽사러간다' 하며 신나하고 친구들한테도 회사에서도 자랑했었다 ㅋㅋㅋ
선생님이 가죽을 사 주실 수도 있긴 하지만 직접 가서 보고 만지고 구매해 보는 경험도 소중하기에 사 오라고 한다고 하셨다.
암요 암요 경험이 중요합니다.
미션은
- 부테로나 부테로 밸리 반 장 사기
- 그 반 장 반으로 잘라서 0.5mm, 1.0mm로 피할하기
한 번도 가죽 전체를 본 적이 없기에 부테로나 부테로 벨리를 반 장 살 경우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피할하면 되는지 알려주셨다.
부테로 벨리는 배 부분인데 더 소의 모양같은데 반 장을 살 경우 길쭉하게 생겼다고 했다.


신설동 가죽 판매업체
성수동에도 가죽 판매업체가 있긴 하지만 신설동이 가죽 시장은 메인이고, 알려주신 업체들도 대부분 신설동에 있다고 해서 신설동으로 갔다.
2호선 순환선 아니라서 갈아타는 일 흔치 않은데 그렇게 가는 곳이었다.
성수에서 갈아타 끝까지 가야 하는.

선생님이 알려주신 업체를 한 번씩 다 들려봤다.
- 에쩨르레더 (부테로, 다코타, 밸리)
- 윈포트레더 (다보스)
- 레더에펠
- 반도피혁
딱히 선생님이 돈 받는 곳은 아니고 원래 유명한 곳들 인 것 같았다.
각 업체별로 거기서 사면 좋을(?) 가죽들도 메모해주셨다.
토요일에 갔더니 사실 문을 안 열었거나 오전 영업만 하고 일찍 마무리하는 곳이 있어서 두 군데밖에 못 갔다.
대부분 월~금 정상 영업에 토요일은 2시까지만 영업하거나 안 하는 것 같았다.
처음 간 에쩨르레더가 크기도 하고, 첫 방문 가게라 거기서 시간을 많이 보낸 것 같지만 다른데 다 갔어도 거기서 샀을 것 같다.
초보자고 낯가리는 쫄보라면 여기가 편할 것 같다.
가죽 구입
처음 들렸지만 맘에 들어 에쩨르레더에서 바로 가죽을 샀다.
우선 내가 갖고 있던 상상과는 다른 비주얼이었고 근방에서 제일 큰 가죽 가게 같았다.
내가 가본 도매 느낌 시장은 남대문 액세서리, 강남 꽃시장이나 동대문 옷시장이어서 좀 정신없고 사람들 틈에서 사야 할 줄 알았다.
근데 매우 깔끔하고 크고 한적하고 좋았다.
연초라 그랬는지 크리스마스 매장 느낌도 들었다ㅋㅋㅋㅋ

우선 들어가니 형형색색의 가죽이 걸려있고 꽂혀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예뻐... 이 가게 인테리어 맛집인 듯.
다양한 색의 가죽이 들어가자마자 걸려있으니 한눈에 시선을 끌기도 하고,
주문받는 테이블이 떡하니 있고 그 뒤로 가죽이 잘 분류돼서 꽂혀있으니,
거기서 누가 나오든 장인 느낌일 것 같았다.
가죽을 처음 사러 가다 보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어기적 어기적 가게를 구경했다.
뭘 보면 될지도 몰라 그렇게 세상 어색할 수 없었다 ..ㅋㅋㅋㅋㅋ

한쪽에 미니어처 가방도 귀엽게 걸려있고, 여러 가죽 제품도 진열돼 있었다.
초보자는 알 수 없는 또 다른 테이블과 구석 공간이 있었는데 뭔가 포스가 남달라 들어가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의 숙제 가죽을 사기 위해 색을 골라야 했다.
이렇게 가죽 종류별 색상을 볼 수 있게 편하게 분류되어 바인딩되어있었다.
이 부분이 초보자인 나에게 참 좋았던 부분이었다.

내가 가죽을 잘 안다면 아담한 가게에서 주인과 상담을 하며
어떤 가죽을 원하는지 무슨 제품을 만들건지 묘사하고 질문도 주고받을 수 있을 텐데,
초보자는 질문이 없다.
질문을 뭘 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아담한 곳 가서 주인과 단 둘이 남겨지면 도망가고 싶다.
주인이 뭐 만들어요? 이런 거 원해요? 이건 어때요? 하면 대답도 잘 못했겠지 ㅋㅋㅋㅋㅋ
이미 살 가죽은 정해져 있고 색만 편하게 정할 수 있는 이런 큰 가게의 이런 시스템 좋았다.
초보자니까 어차피 망칠테니 베이직 컬러로 사야지 했던 다짐은 어디 가고
신나게 색깔 고르며 가죽 쇼핑을 했다.
그리고 산 인디핑크.
사진이 없네...피할 할 때 사진에 조금 나온다 ㅋㅋㅋㅋ
부테로 가죽 묶음을 누가 서도 장인 될 것 같은 멋진 테이블로 들고 가 반장 주세요 어색하게 주문을 했다.
그렇게 주문하는 게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ㅋㅋㅋ
살 때 피할을 위해 반절 잘라달라고 할 걸 그렇게 요청할 수 있는 것도 몰라서 결제하고 냅다 받아왔다.
그리고 피할집에서 고생을 하지...
(인디핑크 부테로 반장 14만 800원)
피할
피할집은 신영피할만 알려주셔서 고민 없이 그곳으로 갔다.
피할 뜻 모르겠는데 감으로 '아, 가죽의 두께를 얇게 해주는 작업'이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국어사전에 찾아도 안 나오는 건.... 외래어인가?
에쩨르레더가 너무 인테리어 잘된 가게여서 오히려 피할집 들어가니 투박해서 놀랐다.
아주머니 시크하시게 주문받으시며 '0.5, 1.0 할 거면 저기서 가죽 잘라요~' 하셨는데 매우 매우 당황했다.
가죽 한 번도 안 잘라 봤는데 가죽 펼치고 자 들고 칼 잡긴 잡았는데 떨렸다.
머릿속으로는
'종이 자르듯 자르면 되나?'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망치면 어떡하지'
'잘 잘리나 가죽은'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 그걸 눈치채셨는지...
"줘봐요" 이러시며 잘라주셨다 ㅠㅠ 감사합니다........
잘라진 가죽은 가게 안편에 기계 선반 위에 계신 아저씨가 받으시더니
기계에 가죽 쓱 넣고나니, 가죽이 쓱 얇아져 나왔다.

가죽 반장 0.5, 1.0으로 피할하고 6천원 나왔다.
0.5mm 가죽 1/4장, 1.0mm 가죽 1/4장을 얻었다..!
퀘스트 완료!
공구 및 부자재 가게
선생님이 공구랑 부자재 가게도 알려주셔서 구경을 해봤다.
동일금속, 다양상사, 마이레더툴, 성안상사, 셍빠
이렇게 다섯 곳 알려주셨는데 나는 동일금속과 다양상사가 마음에 들었다.
가서 산건 아니지만 사게 될 일 있으면 여기가 선택지가 다양한 느낌?
동일 금속은 말 그대로 금속 제품을 팔고 있었다.
사진도 없고 이름들도 모르지만 열쇠고리, 벨트의 금속, 가방 채움쇠 등 그런 금속 파는 곳이었다.
다양상사는 실(무슨실이라 하더라..), 마감칠하는거(이름 뭐더라), 지퍼, 칼, 목타 등 말 그대로 상사였다 ㅋㅋㅋㅋㅋㅋ
색상별로 진열될 실들이 알록달록하니 참 예뻤다.

나중에 나중에 내가 주체적으로 무언가 만들어야지 다짐하면 여기 와서 고민 못하고 서성이며 행복해할 내가 벌써 보였다.
그렇게 자연스레 난생처음 동묘 구경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올 땐 친구랑 와서 같이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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