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화 '빈폴' 관람 후기 (스포 주의)
애정하는 러시아 영화가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한국에서도 개봉을 했기에 보러 다녀왔다.
러시아 영화 이름은 'Дылда'.
키다리라는 뜻이다.
배경은 세계 2차대전이 일어나던 시기의 레닌그라드에서 병원 간호사?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이야'라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본 영화들은 다 전쟁 관련 영화네.
그것도 세계대전.
전반적인 평은.....'이해 못하겠다' 이다.
전쟁 상황에 어떻게 이성적인 일만 일어나겠느냐만은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 비춰지는 시선이 다 새로웠다. 매우.
여튼, 이야는 아들 파슈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날 친구 마샤가 전쟁에서 돌아온다.
사실 파슈카의 엄마는 이야가 아니라 마샤이고, 이야가 뇌진탕 후 후유증으로 전역을 먼저하게 되며 파슈카를 맡아 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가끔 돌처럼 굳어버리는 증상이 있던 이야가 파슈카를 질식하여 죽게 만들어버린다.
마샤는 그걸 알고 죄책감을 씌워 이야에게 자기는 자궁을 드러내어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아이를 대신 가져달라고 한다.
사실 여기부터 멘붕이 찾아왔다.
마샤는 이야를 임신시킬 남자로 병원장을 지목한다.
부상을 입은 군인들이 안락사를 요청했을 때 그 요청을 받아들여 안락사 시킨걸 폭로해버리겠다는 걸로 협박을 해 이야와 관계를 갖게 한다.
이야는 마샤를 진한 친구의 우정 이상으로 의지하고 곁에두고싶어해서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다만 무서워서 병원장과 관계를 가질 때 마샤가 옆에 함께 누워있길 요청하는데 그걸 또 받아들이는 마샤도...음.
보통의 영화면 그렇게 병원장과 뭔가 관계를 그려낼텐데 병원장은 그냥 떠나버린다.
아예 도시를.
마샤는 그 와중에 부잣집 아들과 연애를 하고 팔자를 피기 위해 결혼도 하려 노력한다.
사실 그렇게 노력하는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임신이 하룻밤 관계에 바로 되는 쉬운게 아니기에 이야는 임신이 되지 않았지만
그 사실을 알면 마샤가 자길 버릴까봐 걱정하여 사실을 숨긴다.
그리고 마샤가 부잣집 아들과의 결혼도 그쪽 부모님 반대로 성사되지 않고,
어떤 다른 키다리의 교통사고로 자기에게 이야의 중요성을 깨달은건지 이야에게 자기가 옆에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야는 자기가 아기를 배지 않은 것임을 암시하는 '텅 비었어' 라는 말을 하고 (친구를 잃은 마음을 얘기한 것도 같지만)
갑자기 마샤는 이야 얼굴을 가격한다.
갑분가격...?
뭐 이렇게....
영화는 직접적인 전달보다 암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던져주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래서 각자 영화를 보고 해석하는 부분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여성의 참전, 아이를 맡기고 잃은 슬픔, 임신할 수 없는 상황, 대리 임신, 여성들의 우정/사랑, 개 한마리조차 동물을 본 적 없는 아이를 영화는 그리고 있고
2020년에 사는 나는 사실 이해가 하나도 안되고 이상한 영화라 생각했지만
그 때는 시기가 그냥 비정상적인 시기였기에 이해가 안되는게 당연했을 수도 있다.
러시아도 전쟁에 대한 기록을 잘 해서 많이 남아있는 편으로 알고 있다.
전쟁 영웅도 많고.
이런 이야기가 말도 안되는거겠지만 어디에 기록되있고 구전으로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전해 내려오는 내용이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시청 후 평론가와 함께 토크하는 편을 보고 싶었는데 그건 어쩜 다 하나같이 매진이었다.
근데 그 후로 서울에서 상영하는 곳은 코엑스 한 군데고 상영시간도 별로 없어 찾아 보기도 쉽지 않았다.
어려운 영화였고 딱히 러시아 감성도 아니지만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매우 전형적인 러시아인 외모라 그건 또 매우 러시아영화같았다.